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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신작

오후 네 시를 지나는 두 개의 바늘

by 너머의 새 2018. 10. 5.


                                   - 기억의 고집<살바도르 달리





오후 네 시를 지나는 두 개의 바늘


                                           강영은



화단과 멀어진

다음, 그 다음에도 걷겠습니다.

활짝 핀 웃음을 기다리는 당신을 향해

걷다가 멈추겠습니다.


걷다가 멈추는 일이 습관이라면,

바람도 바람에 날리는 향기도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당신마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나는 나를 고장 낼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람 불고 비바람 불고

비와 바람에 섞여 춤을 춥니다.

흩날리는 꽃잎, 비가悲歌)입니까

.

그 무엇도 아니라는 듯

광장은 네모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광장은 그래서 생겨납니까,

나도 광장이 될 수 있습니까.


심장을 울리는 분침과 초침소리,

광장의 꽃시계가

아칸더스잎과 가시 없는 아칸더스잎 같은

두 개의 바늘을 남깁니다

광장은 오지 않습니다


시간과 어긋나기, 돌려나기, 갈래지기, 한 통속 되기,

이것이 광장의 약속이라면

기다림은 광장이 피워낸 꽃입니까?


로베르 빅토르 마리 샤를 뤼프리슈*

당신의 습작한 꽃처럼

백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시계視界이고 싶을 뿐


, 가시 면류관 같은 두 다리를

지울 수 없어요!



*로베르 빅토르 마리 샤를 뤼프리슈, (프랑스,1866~1876)의 화가 다수의 꽃 그림을 습작 화로 남김,

 

공시사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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