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정개와 함께한 자화상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BLACKIE/강영은
검정개 한 마리, 내 뒤를 따라다닌다
흔들리는 녀석의 꼬리, 나의 좌우를 흔든다
녀석이 전해주는 좌우명은 구심력 뿐,
녀석이 다가올수록 나의 두 다리는 불안해진다
나의 내면은 캄캄한 동굴 속으로 숨는다
녀석을 따라다니는 울음은
한쪽 다리를 들고 뱅그르르 도는 무용수처럼
나를 돌게 한다
언제 쓰러질지 몰라, 녀석은 나의 호흡에
차가운 코를 갖다 댄다
녀석은 운다
조문객처럼
상가 조명등이 꺼지는 밤,
한쪽 구석에 머리 처박고 우는 검정개를
본 적 있는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개처럼
나를 지키는 개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내가
동굴 속에서 나올 때
애초부터 거기에 없었다는 듯
사라지는 개
블래키를 키우던 날이 있었다
마른장마 속의 구름떼처럼 상처부위가 부풀 때마다
울지 못한 날들이 개처럼 몰려다녔다
『미네르바』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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