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관/강영은
차 유리창을 노크 했을 때 머리를 맞댄 두 죽음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텅 빈 입 속에서 뇌조가 튀어나왔다
수 천 미터의 상공으로 날아오른 뇌조는
날카로운 쇳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구름을 뚫지 못한 지층은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뇌조가 이 세상의 초록빛 말을 버리는 순간
허공이 무덤을 팠으므로 허공이 제 몸을 뒤집어
뇌조의 행방을 알려주기 전까지
입이 입을 껴안는 방식은 귀에 있다는 것을
귀가 말의 무덤인 것도 알지 못했다
뇌조가 빠져나간 몸을 알코올로 적실 때마다
입에서 흘러나온 악취에 얼마나 자주 젖어야 했던가
입과 귀가 통하지 않는 세상과 만날 때 마다
그 구멍을 솜으로 틀어막아야 했다
뇌조 속에서 돋아나온 기표들
세상에 뿌려놓은 입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도록
내 손은 귀의 행방을 오래도록 더듬을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초록빛 귀에 대하여
죽음 뒤편의 말을 골라 낼 것이다
무덤 속에 든 입을 꺼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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