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 로트렉의 물랑루즈 포스터/강영은
80mm의 줌렌즈, 칼번들의 눈에 잡힌 풍경은 아주 오래된 허공의 관습처럼 사크레쉬크 성당의 첨탑을 하늘 속에 찔러 넣고 있다 거기 자승자박의 줄이 목에 걸린 것처럼 비둘기 몇 마리 날개를 접고 있다 엽서 파는 소녀의 손풍금에서 흘러나온 계단들이 언덕을 접었다 편다
몽마르뜨의 낮과 밤이 접안렌즈 속에서 클로즈업 된다 시간을 무너뜨린 렌즈 저편에서 로트렉이 막, 잔 아브릴에게 검정 스타킹을 신기는 중이다 잔은 불면의 밤을 낳는 여자. 번쩍 든 그녀의 다리 아래 물랑루즈가 춤춘다
세상의 모든 다리 아래 사생아가 태어나는 밤, 근친상간의 밤은 다리가 짧다 로트렉이 세상의 어둠을 그녀의 다리 속에 저장한다 하품하는 고양이처럼 다리를 쭉 뻗은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머문다
칼번들이 편집한 거리에서 시간은 길고 긴 복도를 끌고 와 헛기침 하는 그녀를 벽에 전시한다 벽이 바라는 피사체는 무엇일까 훨씬 가깝고, 진실했고, 한없이 다정했다는 기억일까? 괘종시계의 추소리가 말을 걸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벽이 나를 지난다
행복하니? 묻는 카메라가 찰칵 찰칵 웃음 날리며 그녀의 영혼을 삼켰을 때 나는 내가 벽이 될 것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일평생 웃어야 할 웃음을 한꺼번에 웃는 것처럼 웃고 살 일만 남은 여자처럼 목젖을 드러낸 벽이 나를 지나기 전까지 나는 내가 벽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돌아보니 거기 풍경이 걸려 있었다
풀등 바다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