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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자폐증 소나무 자폐증/강영은 바람이 불고 리기다 소나무가 꿈틀대자 바람찬 소리를 귀담아 듣던 솔방울의 둥근 귓볼이 흔들리고 딱따구리에게 통째로 내맡겼던 옆구리의 통증 속으로 바늘잎들의 날카로운 말이 직선으로 쏟아진다 제 몸의 중추신경을 단단한 나이테로 묶고 있는 몸통은 정작, .. 2015. 9. 7.
또 다른 계산기 또 다른 계산기/강영은 책상 위 한 쪽 구석에 낡은 주머니 속을 계산해오던 그가 있다 내장을 드러내놓고 숫자 판은 으깨어져 아무리 눌러도 더 이상 아무 것도 셈할 수 없는 그는 한 때 그에게 의탁했던 지폐나 동전의 생을 헤아리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영수증으로 증명되어지는 .. 2015. 9. 7.
연주암 오르는 길 연주암 오르는 길/강영은 관악산 연주암 오르는 길, 커다란 바위 위 민달팽이 한 마리 오가는 등산객들의 발자국 소리에 아랑곳 않고 꼼짝없이 앉아 있다 아니다, 전속력으로 움직이고 있는 달팽이를 내 몸의 속도가 측량하고 만 것인데 달팽이도 제 몸을 스쳐 지나간 나를 바람이거나 햇.. 2015. 9. 7.
양파論 양파論/강영은 몇 겹의 비밀로 이루어진 몸이 있다 겹겹이 덮인 생의 내력으로 지탱되는 몸 흙보다 더욱 캄캄한 시간으로 제 안을 감싸는 무덤처럼 지상의 모든 길들 돌아 와 하얀 어둠의 옷 하나 씩 벗을 때마다 더욱 작고 단단해지는 그, 눈부신 부재의 중심에서 나는 더 이상 만져지지 .. 2015.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