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리뷰107 오월, 광주 오월, 광주/강영은 묘성(昴星)에 떠오르는 별빛은 푸른 에스테르, 우리들의 추위를 불살랐지만 밤의 변방을 날아가는 흰 나비의 섬모(纖毛), 가시 돋친 장미의 유한 눈동자는 황소의 뿔을 바라보네 도시의 외곽, 공동묘지, 네 이름이 적힌 작은 푯말 숨어 있는 슬픔의 거주는 외따롭고 돌로 둘러쳐진 가장자리는 붉고 푸른 피의 경계로 넌출거리네 너는 또 한 묶음 피를 토하는 구나 장미여, 오월 장미여, 탄흔자국 무성한 도시의 입술에 태양의 빛깔을 입혀주렴 흐드러진 향기에 죽음을 문지르고 말과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들의 계절을 붉게 물들여주렴 꽃과 가시가 대립하는 오월이네 줄줄이 끌려나오는 장미 넝쿨 따라 형형색색의 향기가 돋아나네 형형색색의 입술이 어두워지네 송곳니가 뾰족이 솟은 너무 환한 밤이라네.. 2021. 9. 27. 투케(tuche)에 대한 소고(小考) 투케(tuche)에 대한 소고(小考)/강영은 바나나를 입에 물고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는 건 몸에 좋지 등이 꼿꼿하게 펴지거든 헤엄쳐온 생각을 혀로 핥는데 입속으로 사라지는 아, 바나나 긴장도 희열도 없는 바나나를 씹으며 바나나에 닿는다 슬픔 따위와 이별하듯 씹혀주는 바나나 즙액도 씨앗도 없는 열매의 거만함을 생각하다가 종족에게서 멀리 떠나온 외로움에 닿는다 갓 태어난 무덤 같은 아, 바나나 철학자처럼 게걸스러운 날들과 헤어진 바나나 껍질은 이빨에 좋다 이빨에 묻은 얼룩을 하얗게 닦아 준다 죽음 뒤엔 무엇이 남는지 말하지 않는 바나나 껍질만 남은 계단을 오른다 우연히 식탁에 놓여 있던 아, 바나나 --------------------------------------------------- 우연한 .. 2020. 10. 7. 阿Q의 시 읽기 (41) 阿Q의 시 읽기 (41) 도연명의 귀거래사 "천명을 즐길뿐 무엇을 의심하리" 글: 김태완 기자 중국의 시인 도연명 귀거래사 도연명 정원을 날로 거닐며 아취를 이루어가고 문은 달아놓았지만 늘 닫혀 있노라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여 거닐다가 쉬며 때로 고개 들어 멀리 바라보니구름은 무심히 산골짝 굴헝에서 솟아나오고 새는 날다 지치면 다시 돌아올 줄 아는 도다일광은 뉘엿뉘엿 장차 어두워지는데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주저주저 하는도다 돌아와야지 모든 사귐 그쳐 어울리지 않으리라 가리라! 돌아가고파 돌아 왔는데 다시 무슨 미련을 두랴!세상과 내가 가는 길 다르니 어찌 다시 벼슬길 구하겠는가 친척들과의 정겨운 대화를 기뻐하고 금서를 즐기며 시름을 삭이노라 농부 와서 봄이 왔음을 알리니 이제 서편의 밭에 할 일이.. 2020. 10. 7. 나의 삶 나의 시- 오래 남는 눈 36:08 (시인과의 만남) 강영은 시인 2편- 나의 삶 나의 시- 오래 남는 눈주병율의문학TV _cine-poem 2020. 2. 5. 시의플랫폼 - 그물과 종달새 시의플랫폼 - 그물과 종달새 그물과 종달새 / 강영은그물에 걸린 종달새를 본 적 있니?나는, 그 종달새와 그물 앞에 허공을 놓아 주겠다바람과 햇살이 들락거리며 동아줄이 지닌 감옥을 비워 내리라내 입술은 그물을 찢은 칼처럼 흐느끼리라종달새에게는 종달새의 자유를, 나에게는 종달새의 하늘을 달라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모든 종달새는 그물에 걸리기 가장 적합하게 날아다닌다. 이것은 세상에 그물과 종달새가 존재할 때의 얘기다. 세상의 모든 그물은 종달새를 잡기 위해 존재한다면, 세상은 종달새와 그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 2020. 2. 5. 나의 삶 나의 시 -저녁과의 연애 47:42 (시인과의 만남) 강영은 시인(1편) -나의 삶 나의 시 -저녁과의 연애- 주병율의문학TV _cine-poem 2020. 2. 5. 좋은 시집 좋은 시 ■ 좋은 시집 좋은 시 좋은 시는 당나귀귀/ 지현아(시인) -강영은 시집 『상냥한 시론詩論』 황금알 귀는 하늘과 연결된 구멍이다 구멍이 막히면 죽은 귀다 죽은 귀에는 고통의 감각이 남아 있다 억울한 귀는 사람이 되는 성질을 갖는다 상대의 귀를 종처럼 부려서 자기 신변을 시중들게 한다 다 자란 귀는 유혹하고 길을 막고 겁을 준다 능력이 통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귀에게도 식욕이 있다 먹지 않으면 비쩍 마른 귀가 된다 무너진 입가에 귀가 출몰하면 귀가 먹먹해진다 귀가 종소리처럼 울릴 때가 있다 좋아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을 엿듣는 모자장수의 목격담이 길어진다 벌레가 나오지 않을 때에는 참대 대롱을 귀 안에 넣고 힘껏 빨아내면 좋다고 한다 말문이 트이는 이치가 그와 같다 귀가 길어진 대나무 이파리.. 2020. 1. 16.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한 알의 사원` ♣ 김조민 시인이 만난 오늘의 시 - `한 알의 사원` / 강영은 시인 한 알의 사원 강영은 감나무 가지가 까치밥 하나 껴안고 있다까치밥이 흘러내린 붉은 밥알 껴안고 있다 판막증을 앓는 심장처럼 옆구리가 터져도제 몸의 붉은 즙을 비워내지 못하는저, 까치밥 오랫동안 식솔을 껴안아 온 몸인 거다까치가 날아와 숟가락을 얹을 때까지하염없이 기다려 온 밥그릇인거다 나무가 제 몸을 밀어내도사바세계 얼어붙은 손을 놓지 못하는한 알의 밥그릇 사원인거다 ▶집 앞 마당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누가 언제 심어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을이면 제법 실한 열매를 맺곤 한다. 봄이면 참새부리 같은 연초록 이파리로, 여름날에는 겨드랑이에 숨긴 매미 소리로, 겨울이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로 사계(.. 2020. 1. 16. 시 쓰기의 자의식과 근원 지향의 서정/유성호 시 쓰기의 자의식과 근원 지향의 서정/유성호 1 강영은(姜榮恩)은 자신의 '몸'속에 깃들여 있는 기억과 감각을 선연하게 재현함으로써, 사라지거나 지워져 버린 삶의 근원적 표식(標式)들을 순간적으로 탈환하고, 나아가 주체와 대상 사이의 불가피한 상호연관성을 역동적으로 탐색.. 2020. 1. 16. 이성과 감정의 시적 기능에 관한 앙상블/이종섶(시인) ■ 이성과 감정의 시적 기능에 관한 앙상블/이종섶(시인) 김지명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천년의 시작, 2015) 강영은 시집 『마고의 항아리』(현대시학, 2015) 두 권의 시집을 함께 다룬다는 것은 한 권보다 많은 두 권의 시집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한 권이 아.. 2020. 1. 16. [문태준의 오늘은 詩] 강영은 ‘그물과 종달새’ [문태준의 오늘은 詩] 강영은 ‘그물과 종달새’ 그물에 걸린 종달새를 본 적 있니? 나는, 그 종달새와 그물 앞에 허공을 놓아 주겠다 바람과 햇살이 들락거리며 동아줄이 지닌 감옥을 비워 내리라 내 입술은 그물을 찢은 칼처럼 흐느끼리라 종달새에게는 종달새의 자유를, 나에게는 종달새의 하늘을 달라 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 종달새가 모든 노래를 풀어 놓으리라 -강영은 시 ‘그물과 종달새’에서 그물에 구속된 새가 있다. 막힌 데 없이 트이고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새이다. 시인은 그 새에게 허공을 다시 주겠노라고 말한다. 동아줄 같은 그물을 걷어내고, 그 대신 자유를 주겠노라고 말한다. 새가 아무런 굴레도 없이, 자유를 제한받지 않고 새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자재(自在)의 상태로 돌아갈.. 2019. 10. 6. 다시 만난 아리랑 -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 국립관현악단 시리즈 II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II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이 11월 22일(목)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 되었다. -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다시 만난 아리랑-엇갈린 운명, 새로운 시작’은 남북 문화교류가 중단되어 온 지난 10여 년 사이의 단절을 회복하기 위해 정치와 이념이 아닌 음악을 통한 교류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대전제에서 기획됐다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민족을 아우를 수 있는 레퍼토리를 통해 평화를 염원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해 왔다.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했을 때 예술적 시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을 장시간의 조사 과정을 통해 공들여 선정했다. 이번 공연은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 하는 신곡을 위촉.. 2019. 10. 6.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