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45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강영은 일요일 오후면 나는 즐거운 양말, 점묘법 댄스를 추며 그랑드자트 섬으로 날아갔지. 그곳에서 나는 꽃 한 송이 피워낼 줄 모르는 엄마의 꽃무늬 양산을 펴드는 대신 엄마가 깜짝 놀랄 멋진 우산과 데이트 했지. 커다란 박쥐우산 속에서 뾰족한 턱을 .. 2015. 9. 7. 이상 기온에 대한 모놀로그/ 이상 기온에 대한 모놀로그/강영은 이곳은 한창 꽃 피는 계절인데 배추흰나비 같은 봄눈 날린다. 눈발 날리는 한 쪽 바닥이 슬퍼진다 . 다른 쪽 슬픈 바닥이 꼭 그만큼 줄어든다. 슬픔은 좌우가 다르다 슬픔 사이엔 통곡의 벽, 벽과 벽 사이, 당신과 나 사이, 우린 하나인데 하나 뿐인 우주.. 2015. 9. 7. 달콤한 그늘 달콤한 그늘/ 강영은 탑골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는 아이, 땀투성이 이마에 때 국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아이스크림을 빨다 말고 문득, 나를 쳐다 본다 내가 아이스크림이 된 것처럼 흠칫 놀란다 바람은 볼록하니 볼을 부풀리고 구름 아이스크림은 유리창에 줄줄이 흘러내린다 아이의 입 속으로 와르르 내가 빨려든다 세상이 온통 아이스크림이라는 듯 입술에 온 힘을 싣는 저, 집중력!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이 빠는 일이라는 듯 세상의 어떤 그늘도 맛있다는 듯 내 젖줄을 쪽쪽쪽, 쭉쭉쭉, 빨아먹던 아가에게 몸을 통째 내주던 그때 진작 알았다 먹는 입에서 먹여주는 입이 된 나는 그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그늘이었다 내 몸의 땡볕조차 저절로 사라지는 그늘이었다 두 볼을 고무풍선처럼 불었다 놓을 때 마다 시원.. 2015. 9. 7. 그를 훔치다 그를 훔치다 /강영은 유성빌딩 현판에 별 하나 걸려 있다 그 별의 이름은 유성이지만 대리석 빌딩에 단단하게 못 박혀 있어 흐르지 못 한다 별빛 흐려지는 날, 그 별을 훔치는 남자가 있다 부드러운 목면에 침 퉤퉤 뱉어 광약을 매기고 손바닥의 얼룩이 없어질 때까지 별을 훔치면 별은 먼.. 2015. 9. 7. 詩人 詩人/강영은 천리 밖도 단숨에 낚아챈다는 검 한 자루 둥글게 허공을 베며 난다 차마 고도를 넘어 온 바람에 그리움의 날을 세워보지만 무디어진 칼날은 새털구름에 박혀 서럽게 운다 사랑을 찾아 고도를 높였던 날들은 갔다 지금은 다만 허공무덤을 뒤지는 나날, 어디서 싱싱한 날 것을 .. 2015. 9. 7. 분열된 존재의 허상과 탈주체화의 시/박남희 그림자연극/강영은 그는, 겨드랑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가지고 연극을 상영한다 오른편 그림자를 아내라 하고 왼편 그림자를 애인이라 부른다 제각각의 몸을 가진 그녀들이 서로 만나거나 겹쳐지는 일은 드물다 그가 품고 있던 생각들, 혹은 잠재적인 형상 속에서도 역할 분담이 필요.. 2015. 9. 7. 양파論/강 수(시인) 양파論/강영은 몇 겹의 비밀로 이루어진 몸이 있다 흙보다 더욱 캄캄한 시간으로 제 안을 감싸는 무덤처럼 겹겹이 덮인 생의 내력으로 지탱되는 몸 지상의 모든 길들 돌아 와 하얀 어둠의 옷 하나 씩 벗을 때마다 더욱 작고 단단해지는 그, 눈부신 부재의 중심에서 나는 더 이상 만져지지 .. 2015. 9. 7. 눈먼 박쥐의 돌진에서 눈부신 부재의 중심으로/ 신주철(강남대 겸임교수) 강영은의 시 11편을 접하고 촌평을 위해 어느 때와는 다른 '고감도의 안테나'(버려진 휴대폰에서)를 세워야 했다. 그러나 애당초부터 불량기가 있던 안테나는 여름 장마에 녹슬어 잇었고, 게다가 엉뚱하게도 가을산의 현란한 발성에 눈길을 빼앗시곤 해서 11편의 작품의 발신음을 해독하.. 2015. 9. 7. 존재의 어두운 강물을 흘러가는 나비 혹은 거지/ 고명수(동원대 교수) 바늘들/강영은 앞산 비탈을 오르는 잎갈나무* 가지 끝 저, 바늘들 바람이 몸통을 지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끊임없이 수액을 퍼 올려 침침한 하늘을 깁기도 했던 그것들 지층 깊은 곳에 뿌리내린 단단한 슬픔을 끌어올려 제 안 어딘가 가늘고 뾰족한 생각의 끝을 만든다 바람이 지날 .. 2015. 9. 7. 몸과 의인법의 지평/전미정(인천대 국문과 초빙교수) 따뜻한 밥상 /강영은 우주의 텃밭에서 길러온 밥알 같은 열매들을 둘러앉히고 따뜻한 밥상 차리는 감나무 좀 봐 내 몸이 밥상이라고 잘 익은 열매 한 알 툭, 던져 주는데 햇살로 지은 고봉밥 한 술, 햇살무침 한 접시, 골고루 담겨있는 한 알의 열매 얼마나 먼 길을 돌아 왔는지 발바닥에 .. 2015. 9. 7. 부서진 침묵의 깊이/ 정공량(시인) 또 다른 계산기/강영은 책상 위 한 쪽 구석에 낡은 주머니 속을 계산해오던 그가 있다 내장을 드러내놓고 숫자 판은 으깨어져 아무리 눌러도 더 이상 아무 것도 셈할 수 없는 그는 한 때 그에게 의탁했던 지폐나 동전의 생을 헤아리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영수증으로 증명되어지는 .. 2015. 9. 7. 소비되는 봄 소비되는 봄/ 강영은 지하철 입구로 내려서기 전 통풍구를 보았지? 음흉하고 뜨거운 숨을 내쉬는 바람난 사내들 시커먼 속내 같은 구멍 말이야 그녀*의 스커트를 단숨에 들어 올려 스커트 아래 누웠던 사내들보다 더 유명해진 복제된 바람의 힘 때문에 그곳을 지나던 그녀의 두 손.. 2015. 9. 7. 이전 1 ··· 33 34 35 36 37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