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적이 있다>
시집 해설 /노철 (문학 평론가,전남대 교수) 1, 사루비아 종족의 신선한 감각 아파트 평수 늘리기, 집값 올리기에 혈안이 된 세상에서 시를 쓰는 마음은 삶의 과녁에서 빗나가는 일이다. 이 지상에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돈'이라는 것을 아는자, 동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자, 돈으로 아름다움마저 사버리는 자, 돈 아니면 남자도 아닌자, 돈 아니면 여자도 아닌 자, 이런 종족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시인은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아니 시인이란 추상 명사로 말하기에는 시인들도 이미 여러 종족들의 집합이다. 이 여러 종족 가운데 강영은 시인은 '사루비아 종족'이다. 간 밤에 깨꽃 붉게 피었다 면도날 같은 달빛꽃잎 위에 박혀 붉은 눈물 화염처럼 번졌다 생으로 사루는그, 진한 빛깔의목숨을 보고 언니야, 큰 언니야..
2025. 5. 17.
수석유화(瘦石幽花)
수석유화(瘦石幽花)/ 강영은 - 강세황,「표옹서화첩」종이에 수묵, 각 폭 28,5 x 18,0 cm, 1878, 괴석의 모양은 오래 전에 죽은 짐승의 골반 뼈처럼 바짝 삭아 손아귀에 조금만 힘을 주면 부스러질 듯 야위었다 구멍까지 뚫려 있으니 괴석의 가치는 추할수록 아름답다 구멍 뚫린 말, 주름진 말, 혹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말이라 해도 기름기를 쏙 빼야 옹골차게 야윈 입술을 가질 수 있다 괴석의 모양을 빌려 말하자면 그 기이함이 침묵의 참 모습이라는 것 얼굴쯤이야 아무려면 어때, 괴석의 틈에 끼어 자란 꽃의 표정은 옅은 먹빛이다 흙 없는 틈바구니에 피어도 낯이 부드럽다 흙을 만나고 가는 꽃이 미소 지으면 도리어 일이 많다고, 차갑고 맑은 입술을 돌 속에 담은 나는 마른..
202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