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말의 서정과 감각의 촉수
손말의 서정과 감각의 촉수 /강영은 - 양시연 시집『따라비 물봉선』해설 오늘날, 언어만을 인간의 의사소통 도구로 특정한 데에는 언어의 보편적 특성이 작용한다. 임의성, 분절성, 창조성, 역사성, 전위성, 문화적 전달 등이 그것인데, 언어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은 시인들에게 있어 시 쓰기의 중요한 기점이 되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중요한 소통체계가 된다. 인간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이 신호체계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언어는 더 이상 유용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때 우리는 신체의 동작, 외양, 접촉행위, 유사언어, 등을 수단으로 뜻을 전달하고 표현하게 된다. 즉 신체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하나의 예로 손말(手話)을 들 수 있다. 이번에 첫 시집을 내는..
2024. 11. 15.
이승악*/ 강영은
이승악*/ 강영은 공동묘지 지나 닭 모가지 비트는 토종닭집 지나 벼슬 없는 닭처럼 이승에 든다. 삼나무 팽나무, 새덕이, 죽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 꽝꽝나무, 산딸나무, 산뽕나무, 굴거리나무, 사스레피나무, 개서어나무, 개섬벚나무, 윤노리나무, 터널을 이룬 숲속에서 이름 없는 산새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간다. 제주 산수국, 보라빛 꽃망울 들인 허파꽈리가 부푸는데 이승에서 이승을 맛보고 싶은 여러 겹의 육신들, 저승을 다녀온 것처럼 왁자지껄 다가온다. 이승에서 이승이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대며 다가온다. 혼자 걸으니 무섭지 않나요? 탁탁거리는 스틱들, 배낭 없는 나를 무거워한다. 살쾡이 한 마리, 키 낮춰 숲길 건넌다. 마음을 할퀴고 가는 생각이 이승이라면, 세상 같은..
2024. 1. 20.